트럼프의 USAGM 예산 삭감, VOA와 RFA의 미래는?

USAGM의 역사와 역할
미국 글로벌 미디어국(USAGM)은 1942년 설립된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VOA)를 시작으로, 자유유럽방송(Radio Free Europe), 자유아시아방송(Radio Free Asia) 등 다양한 매체를 운영하며 49개 언어로 주당 약 3억6100만 명의 청취자에게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전파해왔습니다.
특히 한국과 USAGM의 관계는 한국전쟁 이후부터 긴밀하게 이어져 왔습니다.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 VOA는 한국어 방송을 통해 전쟁 소식과 국제사회의 지원 의지를 한국 국민들에게 전달하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러한 방송은 전쟁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국민들에게 희망과 정보를 제공하는 창구 역할을 했습니다.
전쟁 이후에도 VOA와 RFA는 한국과 북한 주민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특히 북한과 같은 권위주의, 독재 국가의 주민들에게 외부 세계의 소식을 전달함으로써 폐쇄적인 정보 환경 속에서도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창구로 기능해왔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 삭감 조치
그러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USAGM을 포함한 7개 연방 기관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운영을 축소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이러한 역할이 위축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VOA 내부적으로 ‘이번 삭감이 너무 광범위해 사실상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VOA와 RFA의 프로그램 제작 및 송출이 크게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필요한 보조금을 줄여서 연방 정부의 규모를 줄이고, 납세자 부담을 완화한다는 명목으로 여러 연방 기관의 예산 삭감과 운영 축소를 추진해왔습니다. 이번 조치 또한 이러한 목표의 일환으로, USAGM을 포함한 여러 기관의 기능을 법적으로 필수적인 수준으로 제한하고, 불필요한 운영 요소를 제거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USAGM을 포함하여 여러 연방 기관을 ‘불필요한 관료주의’로 간주하며, 이들 기관이 납세자의 돈을 낭비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와 USAGM 간의 편집 독립성 갈등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순수성이 의심 받는 대목도 있습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과 USAGM 사이에는 이미 편집 독립성 문제로 갈등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임기 동안부터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오기도 했었죠.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USAGM의 보도 내용과 편집 방향에 대해 불만을 표명하며, 이를 ‘반(反)트럼프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USAGM 산하 기관인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이 미국 정부를 대변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미국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트럼프가 임명한 보수 성향 다큐멘터리 제작자 마이클 팩(Michael Pack)이 USAGM CEO로 취임하면서 편집 독립성 문제가 심화되었습니다. 팩은 취임 후 VOA와 RFA 등의 기자들을 대상으로 정치적 편향성을 조사하고, 반트럼프 성향으로 간주된 인사들을 해고하거나 비자 연장을 거부하는 등 논란이 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언론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법적 ‘편집 방화벽(editorial firewall)’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았죠.
이후 USAGM 내부에서 편집 독립성을 훼손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이유로 여러 법적 소송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VOA와 RFA의 고위 관계자들은 팩이 기자들의 개인 트윗과 ‘좋아요’ 기록을 근거로 정치적 편향성을 조사한 비밀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이러한 조치가 국제 방송법(International Broadcasting Act)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팩은 의회가 승인한 예산 집행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키며, VOA와 RFA 등 산하 기관들의 운영을 방해했습니다. 이는 의회의 권한을 침해하는 행위로 간주되어 추가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USAGM의 국제적 위상 변화

USAGM은 전 세계적으로 신뢰받는 독립 언론으로 자리 잡아왔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개입 시도는 이 기관의 국제적 신뢰도를 훼손시켰습니다. 트럼프가 USAGM을 ‘미국 정부의 선전 도구’로 전환하려 한다는 우려가 제기되었으며, 이는 언론 자유를 지지하는 미국의 이미지를 약화시키고, 권위주의 정권에 반대하는 독립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약화시켰습니다.

트럼프의 이번 조치는 USAGM가 법적으로 필수적인 기능만 남기고 나머지를 제거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편집 방향과 인력 배치에 대한 정치적 개입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USAGM은 오랜 시간 동안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의 최후의 보루로서 역할을 해왔습니다. 특히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는 억압적인 정권 아래에서 진실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며, 미국의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고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가치를 전파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예산 삭감과 운영 축소 조치는 이러한 중요한 기관의 독립성과 기능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예산 삭감의 국제적 영향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한 기관의 축소를 넘어, 국제 사회에서 미국이 민주주의와 자유를 옹호하는 선두 주자로서의 역할을 약화시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과의 관계에서도 USAGM은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VOA와 RFA는 한국 내 청중에게 미국 정책과 국제 정세를 전달하며, 한미 동맹의 공공외교적 기반을 강화하는 데 기여해왔습니다. 이들 방송이 약화되면 미국과 한국 간의 정보 공유 및 외교적 협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북한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심각합니다. VOA와 RFA는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세계에 대한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정보를 제공하며, 북한 정권의 선전과 허위 정보를 반박하는 중요한 통로였습니다. 이들 방송이 축소되면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접할 기회가 줄어들고, 이는 북한 정부의 정보 독점력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과 한국 정부가 대북 정책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큽니다. 이로 인해 한국 및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 수립 능력 또한 저하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를 수호하는 데 있어 USAGM은 단순한 방송 기관 그 이상입니다. 그것은 억압받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진실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이었습니다. 이러한 기관이 정치적 논란과 예산 삭감으로 인해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안타깝고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장기적 전망과 우려사항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단기적으로 정부 지출 절감을 가져올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 감소와 내부 사회 서비스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VOA와 RFA 등 주요 국제 방송기관들의 운영 축소는 북한 등 폐쇄된 국가 시민들의 정보 접근성을 제한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 경쟁국들에게 전략적 이점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상황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며, 향후 국제사회와 아시아 지역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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