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머타임(Daylight Saving Time, DST)의 개념과 역사

미국 현지 시각으로 3월 9일, 서머타임이 시작되었습니다. 미국의 서머타임은 연방법에 따라 매년 3월 둘째 일요일에 시작해 11월 첫째 일요일에 종료합니다. 이에 따라 서머타임을 적용하는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는 3월 9일 오전 2시를 기해 한 시간을 앞당깁니다. 그리고 서머타임은 오는 11월 2일 해제될 예정입니다.

미국 서머타임(Daylight Saving Time, DST)의 개념과 역사

파란색으로 표기한 지역은 서머타임을 적용하는 지역입니다.

 미국 서머타임(Daylight Saving Time, DST)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시간을 조정하여 주간의 활용성을 높이는 제도로, 봄과 가을에 시계를 조정하는 식으로 운영됩니다. 이 아이디어는 18세기 벤자민 프랭클린의 제안에서 비롯되었으며, 20세기 초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실행되었습니다. 서머타임은 1차 세계대전 중 경제적 이유로 미국이 도입했는데, 이 때 제정된 법으로 시간 조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전쟁 종료 후 여론의 반발로 곧 폐지되었다가,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2~1945년 다시 ‘전시(戰時) 서머타임’이 실시되었습니다. 전후 한동안 주마다 시행 여부가 제각각이어서 혼란이 있었고, 1966년 연방법(Uniform Time Act)이 제정되어 DST 시행 기간을 전국적으로 통일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3월 두 번째 일요일 새벽 2시에 시작하여 11월 첫 번째 일요일 새벽 2시에 해제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다만 주(州)의 자율도 일부 인정되어, 애리조나(나바호족 자치지구 제외)와 하와이주는 DST를 사용하지 않고 일년 내내 표준시를 유지합니다. 미국령 사모아, 괌, 푸에르토리코 등 일부 해외 영토도 DST를 시행하지 않습니다. 그 외 대부분의 주와 도시들은 매년 봄·가을 시계를 변경하는 DST 관행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서머타임 존폐 논쟁: 찬반 개요

DST는 오랜 역사를 거치며 편의 증진, 에너지 절약 등의 명분으로 시행돼 왔지만, 현대에 들어 그 효용과 부작용에 대한 논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매년 시계를 앞뒤로 조정하는 번거로움에 많은 국민들이 피로감을 토로하고, DST의 실효성을 둘러싼 찬반 여론이 나뉘어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DST 존속 여부에 관한 입법 논의와 각 주의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DST를 둘러싼 경제적 영향, 건강 문제, 에너지 절약 효과, 사회적 영향, 정치적 쟁점 등 다양한 측면에서 찬반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주요 쟁점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경제적 영향: 소비 활력 vs 생산성 손실

서머타임의 경제적 효과는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이 혼재합니다. 한편으로는 저녁 시간이 늘어나며 소비 및 여가활동이 증가해 일부 업종에 이득이 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실제로 골프 산업은 DST로 한 달이 연장될 때 연 매출이 약 4억 달러 증가한다고 추산하며, 바비큐용품 업계도 추가 한 달간 약 2억 달러의 매출 상승을 주장해 왔습니다. 이는 1986년 미국이 DST 기간을 6개월에서 7개월로 늘릴 당시 이들 업계가 적극 로비를 펼쳤던 근거이기도 합니다. 관광·유통 업계도 해가 긴 저녁 시간 덕분에 사람들이 퇴근 후 쇼핑이나 외식, 여행에 더 나선다며 DST의 경제효과를 환영합니다. 예컨대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은 “해가 긴 저녁을 관광산업에 활용할 수 있다”며 연중 DST(일광절약시간) 시행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노동 생산성과 업무 효율 측면에서 DST의 부정적 영향도 지적됩니다. 특히 봄철 시계 앞당김으로 수면이 한 시간 줄면서 발생하는 피로 누적과 집중력 저하가 기업과 노동자에 손실을 준다는 것입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시차 적응에 드는 혼란으로 업무 생산성이 저하되고 업무 중 실수나 사고 위험이 높아집니다. 한 경제분석에서는 봄철 DST 전환으로 인해 심장마비·뇌졸중 증가, 산업재해, 교통사고 등이 늘어나고 그로 인한 직간접 경제손실이 연간 약 6억7천만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습니다. 이는 질병 치료비, 사고로 인한 노동손실, 사망 발생 시 통계적 생명가치까지 환산한 수치로, DST로 이득을 보는 일부 업계의 수익을 사회 전체의 비용이 상쇄하거나 넘어설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처럼 기업 경영과 노동시장 측면에서 DST는 퇴근 후 소비 활성화 vs 근로 생산성 감소라는 상반된 효과를 가져와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또한 매년 반복되는 시간 변경 자체로 인한 일정 관리의 혼란도 경제적 비용입니다. 항공 스케줄 조정, 국제 거래 시간차 등 보이지 않는 조율 비용이 발생하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예약 혼동 등의 불편이 있습니다. 2019년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백악관도 DST 변경이 ‘혼란스럽고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에 공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DST를 없앨 경우 여름철 저녁 시간대 상권 위축이나 야외활동 감소 등의 우려도 있어 경제적 득실을 둘러싼 평가는 엇갈리고 있습니다.

2. 건강 문제: 수면 장애와 생체리듬 교란

서머타임제로 인한 건강상의 영향은 폐지론자들의 가장 큰 근거 중 하나입니다. 갑작스런 한 시간 시계 변경은 사람의 생체 리듬(서카디안 리듬)을 교란하여 각종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봄철 DST 시작으로 수면 시간이 줄어들면 만성적 수면부족 상태가 되기 쉬운데, 이는 단순히 피로감을 넘어 심혈관계 및 대사 건강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연구에 따르면 매년 3월 DST 전환 직후 며칠 간 심장마비 발생률이 약 24% 증가하고, 뇌졸중 발병 위험도 상승하는 등 급성 건강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면 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염증 반응을 높이고 면역체계에도 부담을 줍니다.

정신 건강 측면에서도 DST의 영향이 보고됩니다. 생체 시계의 불균형으로 기분 장애 및 우울증 악화 위험이 높아지며, 특히 취약계층에서는 자살률이 시간 변경 후 몇 주간 상승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일조 시간이 저녁으로 늦춰지면 밤늦게까지 밝은 환경에 노출되어 멜라토닌 분비가 지연되고 수면 발달이 어렵게 되어, 전체적인 수면의 질이 떨어집니다. 아침에 햇빛을 보는 것은 우리의 몸시계를 맞추는 데 핵심인데, DST 기간에는 특히 겨울철에 아침 햇빛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늦어져 생체리듬이 자연 시간과 어긋나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표준시(Standard Time)가 태양 주기에 더 부합하여 건강에 이롭다’고 강조하며, DST로 저녁 늦게까지 밝은 것은 수면을 방해하고 어린이와 학생들의 취침·기상 습관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합니다.

이 같은 이유로 수면의학 전문가들과 보건 단체들은 DST 폐지 또는 연중 표준시 유지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미국수면의학회(AASM)는 설문에서 미국인의 63%가 DST를 아예 없애길 원하며 다수는 건강을 위해 표준시간대로 일원화하기를 선호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심장협회, 미국뇌졸중학회 등도 잦은 시간 변경이 심혈관 및 뇌혈관 이벤트의 불필요한 증가를 초래한다며 우려합니다. DST 전환으로 발생하는 건강 문제의 경제적 비용(의료비 등) 역시 무시 못할 수준인데, 앞서 언급한 연구처럼 심근경색, 뇌졸중 등 추가 발병으로 인한 비용이 연 수억 달러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건강 측면에서 DST는 ‘작은 1시간 변화가 수많은 생리적 영향을 연쇄적으로 일으킨다’는 점에서 폐지론자들의 강력한 논거가 되고 있습니다.

3. 에너지 절약 효과: 초기 취지 vs 현실 검증

DST 도입의 가장 큰 명분 중 하나는 에너지 절약이었습니다. 낮 시간이 길어지도록 시간을 조정하면 저녁 조명 사용을 줄여 전기를 아낄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1916년 독일이 전시 연료절약책으로 세계 최초 DST를 시행했고, 미국도 1차 대전과 2차 대전 때 같은 취지로 채택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DST의 에너지 절감 효과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커졌습니다. 생활 패턴과 에너지 소비 양상이 과거와 달라져, 단순히 조명 사용 시간만 보면 약간의 절약이 있을지 몰라도 냉난방, 가전제품 사용 증가 등 반대 효과가 상쇄하거나 오히려 에너지 소비가 늘어난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 에너지부(DOE)가 2007년 DST 기간 연장 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DST로 전국 전기 사용량의 약 0.03%가 절감된 것으로 추산되었습니다. 이는 통계적으로 미미한 수준(하루 에너지소비의 0.5% 감소)에 불과했습니다. 게다가 이마저도 북부 지역 겨울철 조명 수요 감소 덕분이지, 남부 더운 지역에서는 저녁 에어컨 사용 증가로 효과가 거의 없었습니다. 인디애나주의 사례를 보면, 주 전체가 DST를 시행한 후 오히려 가정용 전력 소비가 약 1% 증가해 가구당 연 $9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이는 저녁에 불을 조금 덜 켜게 된 대신, 더운 날씨에 에어컨을 더 오래 가동하고, 아침엔 추운 시간대가 늘어나 난방을 더 사용하는 등의 상쇄효과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또한 교통 및 유류 소비 측면에서도 DST가 에너지 절약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해가 긴 저녁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은 차를 타고 야외활동을 나가므로 휘발유 소비가 증가합니다. 실제로 DST 시행 시 자동차 주행거리가 늘어나고 휘발유 판매가 늘었다는 분석이 예전부터 있었고, 1970년대 오일쇼크 시기 석유업계가 DST 재도입을 지지한 배경에도 휘발유 소비 촉진 의도가 있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 마디로 ‘저녁에 전깃불 조금 아끼는 대신 에어컨과 자동차를 더 돌리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DST의 순효과가 에너지 절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종합하면, 과거와 달리 현대에서는 DST가 전력 소비를 거의 줄여주지 못하며 경우에 따라 오히려 늘릴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의 공통된 결론입니다. 이러한 데이터는 DST 존속 논쟁에서 ‘에너지 절약 효과가 없다면 시행 근거가 약해진다’는 폐지론의 근거가 됩니다.

반면 찬성 측에서는 DST 기간 동안 저녁 조명 수요 감소로 약간이나마 전력 사용을 줄일 수 있다며, 누적 효과가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라는 반론을 펴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신 연구들에서 조차 DST의 에너지상 이점은 ‘불확실하거나 매우 미약’하다는 평가가 주류여서, 에너지 절약이라는 초기 도입 취지는 예전만큼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4. 사회적 영향: 여론, 범죄율, 안전사고

서머타임제가 일상생활과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논쟁의 핵심 주제입니다. 우선 대중의 인식과 여론을 보면, 미국인 다수는 매년 시계를 바꾸는 번거로움을 없애길 희망합니다. 2019년 AP/NORC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시간 변경 관행을 종료하기를 원한다고 했고, 2022년 CBS 설문에서도 약 67%가 연중 한 시간제로 고정하자는 의견이었습니다. 특히 “스누즈 버튼을 누르듯 매년 두 번씩 시계를 조정하는 짜증”을 많은 이들이 토로하며, 부모들은 ‘아이들 생활리듬이 망가진다’고 불평합니다. 이런 불만 여론은 “굳이 왜 아직도 이걸 하나?”라는 회의론으로 이어져 정치권 압박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범죄 및 안전 측면에서 DST는 빛과 어둠의 상관관계로 인해 혼재된 영향을 줍니다. 긍정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저녁에 해가 늦게 지면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는 점입니다. 일몰 후 어둑어둑한 시간에 범죄가 흔히 발생하는데, DST로 그 시간을 앞당겨 사람들이 활동하는 저녁 시간대에 밝음이 확보되면 노상강도 같은 범죄가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실제 연구에서 봄 DST 시작 후 전체 강력 범죄율이 약 7% 감소했고, 특히 일몰 직후 시간대 강도 범죄는 27%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두컴컴할 시간에 대신 햇빛이 남아있으니 범죄자의 은폐 기회가 줄고 시민들도 더 안전함을 느낀다는 설명입니다. 2007년 미국이 DST를 한 달 연장했을 때 저녁 강도 사건 감소로 연 $5,900만 상당의 범죄비용 절감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처럼 ‘추가 저녁 햇빛은 공짜 방범등’이라는 주장이 DST 유지론의 사회적 이득 근거로 종종 언급됩니다.

하지만 DST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은 부정론자들이 지적하는 문제입니다. 시계 변경 직후 시기에는 교통사고와 산업재해가 평소보다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특히 봄철 한 시간 수면 부족이 겹치는 월요일 출근길에는 차량 사고 치명률이 약 6% 증가한다는 연구가 있었고, 일부 통계에서는 해당 주간에 치명적인 교통사고가 수십 건 더 발생한다고 합니다. 피로와 집중력 저하로 운전 실수가 늘어나고 통근길이 어두워지는 지역도 있어 위험이 커지는 것이죠. 작업장에서도 시간 변경 후 근로자의 부주의로 인한 부상이 평소보다 더 일어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러한 단기 사고 위험 증대는 DST 전환이 가져오는 사회적 비용으로 작용합니다.

또 한 가지 논란은 DST를 연중 실시(영구 DST) 할 경우 생기는 겨울철 아침 어둠 문제입니다. 만약 12월 한겨울에 DST 상태라면 많은 지역에서 아침 8시가 넘어서야 해가 뜨게 되어, 출근통근 시간대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진행됩니다. 이는 학생들의 등굣길 안전과 시민들의 심리적 피로에 영향을 주는데, 실제로 미국이 1974년 겨울에 영구 DST를 시험했을 때 플로리다에서 어두운 등교길에 어린 학생 8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각지에서 ‘아이들을 밤중에 학교 보내는 건 위험하다’는 여론이 빗발쳤고, DST로 인한 아침 어둠이 교통사고 및 사고율 증가에 기여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그 결과 영구 DST 실험은 1년도 채 못 가 중단되었고, 이후로도 겨울 아침 어두움 현상은 DST 연장 논의의 난점으로 남았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볼 때 DST에 대한 평가는 ‘저녁이 긴 장점’과 ‘시계 변경의 대가’ 사이에서 갈립니다. ‘퇴근 후 환한 하늘을 즐긴다’, ‘범죄자들 활동을 줄인다’는 긍정적 인식이 있는 반면, ‘잠이 부족해 멍하다’, ‘아이들 재울 때 힘들다’, ‘시간 바뀐 주엔 뭔가 일이 생긴다’는 부정적 경험도 널리 공유됩니다. SNS나 언론에서도 매년 시간 변경 시기가 되면 DST에 대한 불평과 폐지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정치권의 DST 개편 논쟁에 직접적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5. 정치적 논쟁: 정파를 넘나드는 DST 개혁론

서머타임 존폐에 관한 정치권 논쟁은 정당을 뛰어넘는 초당적 이슈가 되는 추세입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내부에 DST 변경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으며, 지역적 이해관계가 입장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화당 측에서는 플로리다, 텍사스 등 남부·관광산업 주도 지역의 의원들이 영구 DST를 강하게 추진해왔습니다. 플로리다 출신 공화당 의원들(마코 루비오, 릭 스콧 상원의원 등)은 ‘관광산업과 경제에 유익한 DST를 연중 실시하자’며 2018년부터 Sunshine Protection Act(태양 보호 법안)을 연이어 발의했고,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 이들의 노력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습니다. 트럼프는 2019년 3월 트위터에서 ‘일광절약시간제를 영구화하는 것은 내가 OK하는 것!’이라며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공화당 내 DST 개혁론자들에게 힘을 실어주었고, 같은 해 여러 주에서 DST 폐지 또는 영구 DST 결의안이 봇물처럼 논의되었습니다.

한편 민주당도 DST 개혁에 상당히 우호적인 편입니다. 2022년 3월 상원에서 영구 DST 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될 때, 민주당 소속 패티 머레이 상원의원이 루비오 의원과 공동 추진하며 ‘국민이 원치 않는 불필요한 고통(수면 부족)을 끝내자’고 역설했습니다. 많은 민주당 의원들도 유권자 불편을 줄이고 건강 위험을 낮추는 차원에서 시간 변경 폐지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다만 민주당 내 일부는 영구 DST가 아닌 영구 표준시를 지지하기도 합니다. 과학자들과 공중보건 전문가 의견에 귀 기울여 ‘아침 햇빛을 지키는 표준시가 생체리듬에 적합하므로 DST 대신 표준시간제로 통일해야 한다’는 입장이지요. 예컨대 민주당 소속 캘리포니아 주지사나 뉴잉글랜드 지역 정치인들은 표준시 유지를 선호한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시간 변경을 없애자”는 대의에는 여야가 크게 다르지 않아, 당파적 대립보다는 실행방식(표준시 대 일광절약시)에 대한 견해차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주(州) 정부 차원의 대응도 활발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애리조나, 하와이 두 주는 아예 DST를 실시하지 않고 표준시 고수를 선택했습니다. 반대로 플로리다를 시작으로 워싱턴, 캘리포니아, 텍사스, 오리건 등 수많은 주들이 연중 DST 시행을 허용하거나 촉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2018년 이후 미국 19개 주가 ‘연방정부가 허용하면 우리 주는 영구적으로 DST를 적용한다’는 법이나 결의안을 가결한 상태입니다. (다만 현행 연방법상 주가 독자적으로 표준시 유지는 허용되나 일광절약시간 유지는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주 법안들은 연방의 승인을 전제로 한 조건부 법안입니다.) 그 외 2023년에도 30개 가까운 주에서 DST 관련 입법이 발의되는 등, 지역 차원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는 각 주 주민들의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주정부들은 연방의 결단만 서면 즉각 행동에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DST 논쟁은 국민 생활과 밀접하고 당파를 초월한 관심사로 부상하면서, 정치인들도 민의를 반영하려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입니다. 결국 최종 결정은 연방 의회와 정부가 해야 하는데, 2022년 상원 통과 후 하원에서 법안이 계류되며 잠시 속도가 늦춰진 상태입니다. 건강 우려, 지역차 조율 등의 이유로 신중론이 있었지만, DST 개혁에 대한 요구는 계속 누적되고 있어 조만간 다시 연방 차원에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의 전망

마지막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을 가정한 DST 정책 전망을 살펴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2021년 재임 중 크게 두드러진 DST 정책변화를 시도하지는 않았지만, 공개 발언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나타낸 바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그는 2019년 ‘DST를 영구화하는 방안에 OK’라고 트윗하여 DST 변경을 없애자는 움직임에 호응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본인이 연중 DST 시행, 즉 시간 변경 폐지 쪽에 긍정적임을 시사합니다. 실제로 같은 시기 공화당 의원들이 추진한 Sunshine Protection Act(영구 DST 법안)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반대하지 않고 호의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2019년 당시에는 다른 정책 현안들이 우선순위였고, DST 변경은 의회의 입법이 필요하기에 트럼프 행정부 차원에서 적극 추진되지는 않았습니다.

트럼프가 2기 행정부를 구성하고 다시 대통령직에 오른 지금, DST에 대한 그의 기존 성향과 정치적 계산을 고려해 몇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먼저, 트럼프는 유권자 인기영합(populism)을 중시하는 정치인인 만큼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시간 변경 폐지’ 조치를 성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DST 폐지는 복잡한 예산이 들지 않고 양당 지지가 비교적 높으며, 국민 불편을 해소해주는 쉽고 확실한 개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2기 정부는 의회에 DST 관련 입법을 압박하거나 지지함으로써 성과를 도모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2023년 재발의된 Sunshine Protection Act나 관련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흔쾌히 서명해 자신의 치적으로 홍보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2022년 상원 만장일치 통과 당시 대통령이 바이든이어서 무산되었지만, 만약 트럼프였다면 특유의 결정력으로 하원 표결을 독려해 법제화를 이끌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또한 트럼프는 본인도 야외 스포츠 (골프) 애호가로서 해가 긴 저녁 시간을 선호하고, 사업가적 감각으로 관광·소매경기 진작 효과를 높이 평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DST 연중 실시에 개인적으로도 우호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한편으로는 DST를 없앤다는 것을 ‘연중 표준시 시행’으로 잘못 이해해 겨울철 해가 늦게 뜨는 상황을 우려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가령 보수진영 일각이나 일부 언론에서 ‘아침이 어두워지는 영구 표준시는 위험’이라는 반대가 있을 수 있는데, 이 부분을 트럼프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변수입니다. 2024년 대선을 전후해 DST 이슈가 재부상할 경우, 트럼프 진영은 아마 ‘매년 두 번 시계 고치는 것을 끝내겠다’는 공약을 내걸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그 방식이 영구 DST인지 표준시인지는 논쟁이 있을 수 있는데, 현재까지 트럼프의 발언으로 미뤄보면 영구 DST 쪽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큽니다.

연방 차원의 DST 정책 결정은 보다 탄력을 받을 전망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주정부 차원에서 많은 주들이 행동에 나서 있으며,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도 연방법 개정만 기다리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트럼프와 공화당이 이를 주정부 권한 확대의 측면에서 접근해 ‘각 주가 원하는 시간대를 채택하도록 하자’는 식으로 연방법을 개정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연방법을 고쳐 주(州)가 영구 DST를 자유롭게 채택하도록 허용하면, 연방이 일괄적으로 영구 DST를 하지 않아도 각 주가 순차적으로 시간 변경을 폐지해갈 수 있습니다. 이런 분권적 해법은 공화당이 선호하는 주권 존중과도 맞닿아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밀어줄 수 있는 시나리오입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관련 정책적 움직임은 직접적이기보다는 의회 논의를 지켜보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그의 리더십 스타일상, 한번 관심을 가지면 돌파력 있게 추진하는 경향이 있기에 2기에는 DST를 손볼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만약 여론이 크게 들끓거나 언론 보도를 통해 DST 폐지가 ‘국민적 요구’로 부각된다면, 트럼프는 이를 즉각적인 성과 과제로 채택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재임 중에도 몇 차례 DST에 흥미를 보였고, 측근들에게 ‘이거 사람들이 좋아하겠는데?’라며 아이디어를 타진했다는 일화도 전해집니다 (실제로 2019년 트윗 후 백악관에 관련 문의가 폭주했다는 보도도 있었음).

물론 변수는 있습니다. 만약 골프 업계 등 DST 유지에 이해관계가 있는 지지층이 트럼프에게 영구 표준시로 갈 것을 반대한다면, 계산이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골프장들은 일광절약제가 사라져 여름 일몰이 한 시간 빨라지면 매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할 것입니다. 트럼프 자신이 골프 사업을 운영한 바 있기에 이런 목소리를 무시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트럼프가 DST 자체 폐지(표준시 고정)를 추진할지, 아니면 DST 영구화를 추진할지는 상황에 따라 조율될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더 이상 시계를 변경하지 않는다’는 방향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입니다. 실제로 2022년 상원 표결 당시 공화·민주 구분 없이 만장일치로 찬성한 사실은, 차기 행정부가 누가 되든 DST 개편은 정치적으로 실행 가능성이 높은 의제임을 보여줍니다.

요약하면,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 지금, DST 제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는 견해가 많습니다. 트럼프는 이미 공개적으로 DST 변경 종료에 긍정적이었고, 다수 국민의 불편을 해소한다는 명분도 충분합니다. 의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계쏙 추진되고 있어, 트럼프 정부가 이에 힘을 실어주거나 압박을 가한다면 DST 제도의 큰 전환(예: 연중 일광절약시간제 채택)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각 주의 움직임과 국민 여론으로 인해 DST 존폐 논쟁은 트럼프 임기 내내 계속되어 결국 결정의 순간이 찾아올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광절약시간제 폐지에 대한 열의가 식어 폐지하지 않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는 등 향방은 더욱 알 수 없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https://www.businessinsider.com/donald-trump-daylight-saving-time-debate-2025-3)

 

결론: 최신 연구와 데이터로 본 DST의 미래

현재까지의 논의를 정리하면, 미국의 서머타임(DST)은 역사적으로 전시의 산물로 시작되어 경제·사회적 편익을 이유로 유지돼 왔으나, 현대 사회에서는 그 실효성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최근 연구들은 DST의 에너지 절약 효과가 미미하거나 역효과일 수 있고, 건강과 안전에 적지 않은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합니다. 경제적으로도 일부 산업을 제외하면 생산성 손실과 비용 증가가 우려되며, 대다수 국민은 시간 변경의 불편을 해소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DST 폐지 또는 연중 DST 시행 논쟁은 과거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정치권도 이를 반영하여 초당적 협력을 보이는 추세이며, 특히 트럼프 2기와 같은 정치적 변동기에는 DST 제도의 개편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궁극적으로 결정해야 할 쟁점은 ‘표준시로 갈 것인가, 일광절약시로 갈 것인가’입니다. 전문가들은 아침 햇빛의 중요성을 들어 영구 표준시를 권고하지만, 여론은 대체로 “차라리 해가 긴 쪽”, 즉 영구 DST를 더 선호하는 경향입니다. 어느 쪽이든 지금과 같은 봄가을 시간 교대는 중단하자는 데에는 공감대가 큽니다. DST가 가져온 100여 년의 변화 속에서, 우리의 생활양식과 기술환경이 많이 바뀐 만큼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시간제도 결정이 요구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연방 및 주정부, 그리고 국민 여론은 머지않아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올해가 마지막 시간조정이 될까?” 매년 찾아오는 이 물음에, 최신 데이터와 논의를 살펴본 지금 우리는 어느 때보다 그 답에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각종 지표와 연구가 시사하듯, DST 제도는 존속이든 폐지든 큰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앞으로의 정책 결정은 경제·건강·사회 모든 측면의 균형 잡힌 고려와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국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대중의 의견 수렴과 이해 증진도 중요합니다. 한 세기를 이어온 서머타임제를 계속할지,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고 새로운 표준을 택할지, 미국 사회는 지금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미래를 결정하려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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