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전방위적인 경기부양책을 발표했습니다. 소비 진작, 재정 확대, 통화 완화까지 총동원된 이번 조치는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됩니다.
하지만 산재한 구조적 문제로 인해 장기적인 구조 개혁 없이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에 집중함으로써 오히려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 내용을 상세히 살펴보고, 그 함의와 한계, 그리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구조적 도전 과제를 함께 분석해보겠습니다.
중국은 왜 다시 ‘부양 모드’로 전환했는가
2025년 3월, 중국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통화정책 기조를 ‘신중(prudent)’에서 ‘적극적 완화(moderately loose)’로 전환했습니다.
같은 시기 전국인민대표대회(NPC)에서는 소비 촉진을 위한 30가지 조치가 발표되었고, 이는 지난 수십 년간 가장 대규모의 부양책으로 평가됩니다.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조치, 뭐가 달라졌나
중국 정부는 이번에 다양한 정책 수단을 대대적으로 가동하고 있습니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관련 자료 KDI : https://eiec.kdi.re.kr/policy/domesticView.do?ac=0000190325)
1. 재정적자율을 역대 최고치인 GDP 4%로 증가
정부가 예산보다 더 많은 돈을 쓰기 위해 재정 적자를 늘리겠다는 선언입니다. 이번 정책은 GDP의 4%까지 적자를 허용하며, 정부가 대규모로 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의도입니다.
이렇게 늘어난 재정은 인프라 건설, 보조금 지급, 소비 장려 등으로 투입되어 단기적으로 경기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정 지출이 증가함으로써 물가상승, 이자율 상승, 국가 부채가 늘어나는 부작용도 존재합니다.
2. 지방정부 차입 한도 13% 인상
지방정부들이 더 많은 빚을 낼 수 있도록 한도를 높여주는 조치입니다. 이는 지방 경제를 활성화하고 다양한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게 만듭니다.
지방정부는 중국 내 인프라, 지역 개발, 복지 정책을 주도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이들이 돈을 더 쓸 수 있게 되면 고용과 소비 촉진 효과가 생깁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지방정부가 부채에 허덕이고 있어 장기적으론 위험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지방정부는 직접 채권을 발행할 수 없어 특수목적법인인 지방정부융자기구(LGFV)를 세워 자금을 조달합니다. 그러나 이 자금은 공식 장부에 드러나지 않는 ‘숨은 부채’입니다.
숨은 부채는 부동산 호황기 시절 대형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빚인데, 중국 부동산 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기 시작했습니다. 대규모의 지방정부 부채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경우 언제든 금융 위기 등 경제 충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지방정부의 ‘숨은 부채’는 국가 경제의 뇌관으로 꼽혀왔습니다. 이러한 ‘숨은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정부의 차입 한도를 인상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단, 차입 한도 인상을 통해 투입하는 자금은 숨겨진 지방정부 부채를 대환하는 데 쓰이기 때문에 새로운 노동 흐름을 창출할 수 없고, GDP 성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3. 장기 국채 발행 30% 확대
중앙정부가 국채를 더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그 자금을 이구환신(以旧换新, 낡은 소비재의 신형 교체) 보조금 정책과 같은 소비재 교체 프로그램과 같은 정책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2024년 3월부터 시작된 이구환신 보조금 정책은 노후된 가전, 차량을 새 제품으로 교체하도록 장려합니다. 이를 통해 내수 소비를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1, 2등급 에너지 효율 제품에 각각 20%, 15%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특히 농촌 등 저소득층 가계의 소비력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이구환신 정책 영향으로 2024년 중국 가전시장 매출은 9,000억 위안(약 179조8,290억 원)을 돌파하여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국 정부는 내수 진작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거둔 이구환신 정책의 지원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며, 전문가들은 관련 정책 자금이 3,000억 위안(약 59조9,430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4. 국유은행 자금 투입
정부가 국유은행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은행들이 기업과 가계에 더 많은 대출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입니다.
중국 정부는 2025년 상반기 중 국유은행에 약 80조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농업은행, 교통은행, 우정저축은행 등 6대 국유은행 중 3곳에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며, 국유은행 자금 투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입니다.
자금이 말라 있는 민간 기업이나 스타트업, 부동산 업체 등이 숨통을 트일 수 있고, 가계도 대출을 통해 소비를 늘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출이 부실화되면 금융 시스템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5. 이자율 인하
금리를 낮추어 기업과 가계가 더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하는 조치입니다.
이자율 인하 조치는 경기 부양을 위해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고 세계경제 둔화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함입니다.이자 부담이 줄어들면, 기업은 투자를, 가계는 주택 구매나 자동차 구매 같은 고가 소비를 더 쉽게 결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장기적인 금리 인하는 자산 거품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6. 농촌 주택 리모델링·육아 보조금·출산 장려금 확대
지방 및 농촌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을 정부가 일부 지원하겠다는 조치입니다.
중국은 인구 감소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합니다. 중국은 1978년 시행한 ‘1가구 1자녀 정책(계획생육(計劃生育))’을 2016년 폐기했고, 2021년에는 한 부부가 세 자녀까지 가질 수 있도록 허용할 정도로 인구 붕괴의 문턱에 서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삶의 질을 개선하고 출산율을 높이려는 장기적 전략의 일환입니다.
실제로 안후이성 허페이시, 산둥성 지난시, 쓰촨성 판즈화, 닝샤후이족자치구 등에서는 자녀 출산에 따른 일회성 및 정기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보조금 지급 대상은 대부분 2∼3자녀 가정이 해당되며 1자녀 가정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7. 신산업(예: AI, 청정에너지) 투자 확대
인공지능, 반도체, 친환경 에너지 같은 미래 산업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미래지향적 정책입니다. 기존 제조업 중심의 경제에서 벗어나 첨단기술과 서비스 중심 경제로 전환하려는 시도이며, 미국 등 선진국과의 기술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제입니다.
실제로 중국의 신산업 투자 규모는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영국 기후변화 연구기관 카본 브리프(Carbon Brief)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2024년 청정에너지 부문 투자 규모가 6조8000억위안(약 1348조원)에 달했는데, 이는 같은 해 전 세계 화석연료 투자 규모인 1조1200억달러(약 1613조원)와 유사한 수준입니다.
중국은 이미 친환경 등 신사업 분야에 엄청난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특히 전기차 부문의 투자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조적 한계: 부양책이 뚫지 못하는 벽
하지만 중국 경제는 현재 아래와 같은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1. 부동산 가격 하락
’21년 헝다그룹(China Evergrande Group)의 유동성 위기로 촉발된 중국의 부동산 위기는 이후 약 25조 위안 규모의 가계 자산이 증발하며, 소비심리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는 연간 가계 소득의 3분의 1에 해당합니다.
특히 중국의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고 부동산 중심의 자산 구조가 무너지면서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중산층의 구매력이 급격히 위축되었습니다. 중국 가계 자산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기 때문에 부동산 가치 하락은 소비 위축으로 직결됩니다. 재산이 줄어들면 사람들은 자연히 지갑을 닫고, 소비 진작 효과도 줄어듭니다.
그러나 최근 스위스의 UBS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중국 5대 도시의 아파트 거래가 30% 정도 급증하는 등 중국의 주택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되고 있습니다. UBS는 중국 부동산 시장이 기존 예측인 2026년 중반보다 빠른 2026년 초에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2. 청년 실업률 고공행진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여전히 10% 이상으로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대졸자 수는 매년 증가하지만,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는 크게 부족합니다.
청년층은 원래 가장 활발하게 소비하는 세대이지만, 소득이 없으면 소비 여력도 없습니다. 또한 장기적인 실업은 노동시장 참여 자체를 줄이고, 미래에 대한 기대를 꺾어버립니다. 이는 중국 경제의 인적 자본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됩니다.
3. 디플레이션 조짐
인플레이션을 측정하는 벤치마크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5년 2월 기준 -0.7%로 전년 대비 하락했고, 생산자물가지수(PPI)는 29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는 경제가 수요 부족으로 침체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물가가 계속 떨어지면 기업은 생산을 줄이고, 임금은 정체되며, 가계는 ‘지금보다 나중에 사는 게 낫다’는 심리로 소비를 미룹니다. 이는 경기를 더욱 얼어붙게 만드는 악순환을 초래합니다
베이징 대학의 중국 경제 전문가 마이클 페티스는 2023년 12월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보고서 에서 중국이 GDP 성장률을 4~5%로 유지하려면 소비 성장률을 연간 최소 6~7%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2024년 중국의 국내 소비는 약 5% 성장했습니다. 이는 1996-2022년의 연평균 8% 에서 크게 감소한 수치입니다.
페티스는 필요한 6~7%의 소비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중국이 임금을 높여야 하는데, 이는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기업에 대한 세금을 높여 투자를 억제하기 때문에 구조적인 모순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중국의 경제 모델이 임금 억제를 기반으로 구축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전환이 극히 어려우며, 만약 임금을 높인다면 수출 주도 성장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4. 과도한 수출 의존
중국은 여전히 내수보다 수출에 더 크게 의존하는 경제 구조입니다. 특히 서방국가들의 탈중국화 및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수출 기반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수출 위축은 공장 가동률 저하, 고용 불안, 지역 경제 침체로 이어집니다. 국내 시장을 키워야 할 시점이지만, 소비심리와 실업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어 자체 수요로는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로잔의 IMD 경영대학원의 국제경제학과 리처드 볼드윈 교수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세계의 ‘유일한 제조업 초강대국’입니다. 그는 1월에 중국의 세계 총생산 점유율이 1995년 5%에서 2020년 35%로 증가했다고 추정했습니다. 이는 미국의 3배이고, 그 뒤를 따르는 9개국을 합친 것보다 더 높습니다.
중국의 글로벌 제조 수출 점유율은 2020년에 20%로 1995년의 3%에서 증가했으며 미국, 일본, 독일을 압도했습니다. 경제학자 Sébastien Jean, Ariell Reshef, Gianluca Santoni, Vincent Vicard가 작년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약 5,000개의 제품 중 중국은 2019년에 거의 600개 품목의 수출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했으며, 미국이나 일본보다 최소 6배, EU의 두 배 이상이었습니다. 중국이 제조 수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말 그대로 ‘절대적’입니다.
5. 인구 감소 및 고령화
유엔은 중국 인구가 2050년까지 12억 6천만 명, 2100년까지 7억 6천만 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이미 출산율은 OECD 최저 수준이며, 노동 인구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일부 통계는 이 점을 더욱 더 강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상하이 과학 아카데미, 호주 빅토리아 대학 등의 일부 인구학자들은 유엔 예측의 기반이 되는 인구 통계적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이들은 중국의 인구는 2050년에 12억 2,000만 명, 2100년에는 5억 2,500만 명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중국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 생산가능인구는 이미 줄어들고 있으며, 노령화 속도는 일본보다 빠릅니다. 고령화는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노인 부양 부담을 늘립니다. 동시에 젊은 인구가 줄어들면 소비 잠재력도 함께 줄어듭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일본형 침체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경제 주체의 심리는 여전히 위축된 상태이며, 단순한 금리 인하나 소비 보조금만으로는 장기적인 소비 회복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또한, 중국이 성장률을 5% 유지하려면 소비는 매년 6~7% 이상 증가해야 한다는 분석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임금을 올리면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법인세를 늘리면 기업 투자가 위축되며, 위안화 강세는 수출을 감소시키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단기적인 재정·통화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구조적 개혁 없이는, 부양책도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단기 효과와 장기 전망
물론 단기적으로는 경기부양책에 따른 긍정적인 반응이 기대됩니다. 보조금 확대와 금융 완화는 중산층 이하의 소비를 자극할 수 있고, 신산업 투자도 일부 고용과 성장률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성장률을 5% 유지하려면 소비는 매년 6~7% 이상 증가해야 한다는 분석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임금을 올리면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법인세를 늘리면 기업 투자가 위축되며, 위안화 강세는 수출을 감소시키기 때문입니다.
결론: 구조 개혁의 필요성
중국의 이번 경기부양책은 단기적인 경기 회복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 필요합니다. 양적 성장의 한계를 넘어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소득 재분배, 복지 확대, 사회 안전망 강화, 혁신 중심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필수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중국의 이번 부양책은 위기 관리를 위한 단기 처방전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국유기업 개혁, 금융시장 자유화, 사회보장제도 확충 등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중국이 이러한 구조적 도전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가 향후 글로벌 경제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